필리핀 설탕밭에 투입된 방제 드론…9만 헥타르 해충 확산에 대응 속도 높인다
필리핀 설탕밭에 투입된 방제 드론…9만 헥타르 해충 확산에 대응 속도 높인다
필리핀의 핵심 설탕 생산지에서 방제 드론이 대규모 해충 대응의 중요한 실행 수단으로 투입되고 있다. 필리핀 농업부(DA)는 2026년 7월 28일 사탕수수의 즙을 빨아 생육을 떨어뜨리는 붉은줄깍지벌레(RSSI) 확산을 막기 위해 농약과 드론 운용에 3,500만 페소를 배정했다고 밝혔다. 초기 방제 목표는 2만5,000헥타르이며, 피해가 더 커질 경우 4만~4만5,000헥타르 이상으로 범위를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당국이 공개한 피해 규모는 이번 대응이 단순한 시범사업이 아님을 보여준다. 해당 작기 필리핀의 사탕수수 재배면적 42만1,606헥타르 가운데 9만3,898헥타르가 RSSI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9만2,295헥타르가 비사야스 지역에 몰려 있으며, 네그로스섬과 서부 비사야스의 농가가 특히 큰 부담을 안고 있다. 피해 농민은 1만2,700명 이상으로 파악됐고, 현장 검증을 마친 1만2,300여 명에게는 긴급 지원이 추진되고 있다. 농업부는 여건이 마련되면 지원 대상을 최대 2만 명까지 넓히는 방안도 찾고 있다.
RSSI는 사탕수수 잎과 줄기에서 수액을 빨아들이고 검은 그을음곰팡이의 발생을 촉진한다. 잎 표면을 덮은 곰팡이는 햇빛을 가려 광합성을 방해하고, 생육과 당 함량을 함께 떨어뜨릴 수 있다. 농업 현장에서는 피해 구역이 넓고 작물이 빽빽해 사람이 약제를 고르게 살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정해진 비행경로를 따라 낮은 고도로 이동하며 필요한 구역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방제 드론의 역할이 커졌다.
농업부 발표에 따르면 유니버설 리프 필리핀이 항공 살포용 드론을 지원하고 있으며, 네그로스 지역에서는 하루 약 300헥타르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 뉴스통신(PNA)이 6월과 7월에 공개한 현장 사진에는 대형 멀티콥터가 사탕수수밭 위를 비행하며 약제를 살포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항공 사진만으로 보면 작업이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병해충의 분포와 풍향, 살포 높이, 비행 속도, 약제량, 작업자 안전구역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드론은 빠른 이동 수단일 뿐이며 정확한 처방과 숙련된 운용이 따라야 방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계획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화학 방제에만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탕수수규제청(SRA)은 유익한 곰팡이를 활용한 생물학적 방제제를 개발했지만 현재 생산량으로는 하루 약 4헥타르를 처리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급한 확산 구역에는 화학적 방제를 적용하는 한편, 지방정부와 대학, 제당소, 협동조합이 생물학적 방제제를 생산할 수 있도록 분산형 실험실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즉각적인 피해 억제와 장기적인 생태 방제를 동시에 추진하는 구조다.
현장 데이터 관리도 드론 운용과 연결된다. SRA는 지방정부가 피해 위치와 상태를 실시간으로 올릴 수 있는 지오태깅 기반 보고 체계를 활용하고, 검증된 면적 자료를 방제 우선순위 결정에 제공할 계획이다. 농업 드론의 성과는 비행 횟수보다 ‘어디를 먼저 살포했고 이후 피해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추적할 수 있을 때 명확해진다. 피해 지도, 약제 살포 기록, 재조사 결과가 연결돼야 같은 지역에 불필요하게 중복 살포하거나 긴급 구역을 놓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이번 사례는 농업 드론이 넓은 농지를 빠르게 덮는 장비를 넘어 재난 대응 체계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드론 한 종류만 투입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약제와 생물학적 방제제의 공급, 훈련된 조종 인력, 기상 판단, 농가 안내, 지상 살포차량, 지속적인 예찰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필리핀의 대응이 실제 피해 감소와 생산량 안정으로 이어지는지는 앞으로의 방제 실적과 재발 추이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한국 농업 현장에도 시사점은 분명하다. 병해충이 빠르게 번질 때 드론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역을 신속히 처리할 수 있지만, 운항 자체보다 정확한 현장 정보와 안전한 살포 절차가 우선이다. 이번 필리핀 사례는 방제 드론의 가치를 과장된 자동화가 아니라 데이터에 근거한 우선순위 설정, 반복 가능한 작업 기록, 다른 방제 수단과의 협업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